내발자국[동호회]

시집 [불놀]중에서...7...

松巖 1997. 5. 13. 00:54
#13705 이경 (LEESUN2 )
[불놀1] 나는 지금 여기에 없다 02/17 01:00 39 line



나는 지금 여기에 없다

이 경

나는 지금 여기에 없다
낡은 수첩을 꺼내어
눈물 짓는데도
번지지않는 숱한 이름들을
이제 또 두줄씩 지워버린다

새 비망록에는
먼 훗날
우리 삶의 창을 기대던
봄비마냥
너의 이름 석자 곱게 적어놓고
아,
나는 지금 여기에 없음을 안다
그때에 그곳에
없음으로해서
언제나 잃어야 하는
있어도 될 그리움은 안타까이
지켜봐야만 하는 것
이 가냘픈 설움을
은행닢 갈라진 틈에 끼워두었더라면
한쪽에 내 소망으로
한쪽에 네 그리움으로
활활 타오르며
세월을 감싼 은행닢 되리
바람에 씨ㅎ기어
찬 아스팔트를 구를 첫눈이 내린들
변해버린 지금
성당입구 경건한 마리아는
시린 손으로 기도하지 않으리
아,
나는 지금 여기에 또다시
없어라
내일 여기에 회한으로 눈물짓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