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발자국[동호회]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마지막단계 (1)
松巖
1998. 5. 15. 01:11
일본영화 프라이드 관련 기사모음(빈약하군요.)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 박정수의 망언과도 연계해 보아 주세요.
문화일보 날짜 : 98/05/08 13:36:02
# 16/16 제목 : <특파원칼럼>과거로 가는 일본
‘지키는 것도 무찌르는 것도, 떠오르는 검은 철옹성 너를 믿노라.’ 매우
전투적인 이런 노래말이 붙은 ‘군함행진곡’, 옛 군국주의 일본의 음악적
상징이 최근 다시 부활했다. 흔히 ‘군칸(軍艦)마치’로 불리는 이 곡은 태
평양전쟁중 대본영 발표가 나올 때마다 라디오방송의 시그널뮤직으로 울려
퍼져 그 당시 제국일본을 자랑으로 여기던 ‘皇國臣民(황국신민)’들의 가
슴을 울렁거리게 했다.
그 ‘군칸마치’를 일본의 킹레코드사가 지난 달 하순 작곡자의 탄생 1백3
0주년을 기념하여 CD로 발매하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군칸마치가 이제야
부활한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해상자위대의 觀艦式(관함식)등 공
식행사에서 연주돼 왔고 수많은 빠찡꼬집에서도 아침 10시 영업개시와 더불
어 실내스피커로 방송돼 오고 있다. 때로는 중앙관청가 가스미가세키(霞ケ
關)의 길거리에서 방송시위를 벌이는 극우파 선전차량에서도 기세좋게 울려
퍼졌다.
그 점에서 이번 CD는 이미 부활된 ‘군칸’을 재정리하여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도에서 발행된 것이라고 볼수 있다. 제작자측의 설명
으로는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지탄받아온 ‘군칸’을 그 어두운 역사의 그늘
에서 해방시켜 순수하게 멜로디로서의 음악적 가치를 재평가받고 싶다는 게
CD발행의 변이다. 이를 뒷받침하여 해상자위대 음악대장을 지낸 다니무라
마사지로(谷村政次郞.59)는 이 곡이 ‘세계의 명곡, 혹은 세계의 3대 행진
곡’으로 평가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제국해군의 최대유산’이라고까지 찬
양했다.
‘군칸’의 음악적 가치에 대해서는 여기서 가타부타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다만 메이지(明治)시대가 낳은 ‘최대 음악유산’을 음악적 가치에서만 재
평가한다고 해서 ‘군칸’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군국주의의 상징이 과
연 지워지겠으며, 지워지지 않을 경우 그 상징성이 일본인들 사이에서 조장
할지도 모르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메이지에 대한 동경이 지금의 일본을 어
디로 지향시켜 나갈 것인지를 묻고 싶다.
더욱이 태평양전쟁의 A급전범으로 처형된 일본군 최고사령관 도조 히데키(
東條英機)에 관한 영화까지 제작돼 이달 23일 개봉되는 사실과 결부시켜 보
면 ‘군칸’의 부활을 예삿일로 보아넘길 수는 없다. ‘당신은 지금 일본인
으로서 자랑을 느끼고 있습니까’라는 영화 ‘프라이드-운명의 순간’의 선
전문구는 도쿄재판의 법정에 선 도조의 어떤 면모를 그리려 했는지 대충 짐
작할 수가 있다.
바로 자유주의사관연구회라는 신보수파 집단이 몇해전부터 전범에 관한 도
쿄재판은 일본의 나쁜 면만을 부각시켜 자긍심을 잃게 만들었다는 이른바
‘自虐史觀(자학사관)’의 원천으로 지목, 규탄해온 대상이다.
그 신보수파 집단은 도쿄재판의 기존 이미지를 뒤엎고, 제국주의 메이지시
대의 역사에서 ‘자랑스런 일본’의 모습을 발굴해 미래의 지표로 삼으려는
메이지찬양운동을 펴 일부 식자들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이미 광범위한 호
응을 얻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과 침략으로 점철된 戰
前(전전) 쇼와(昭和)시대의 과오를 ‘肯定史觀(긍정사관)’이란 이름 아래
호도시키려는 기도가 노골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비춰보면 ‘군칸’CD
와 영화 ‘프라이드’는 단순한 상업적 이익추구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또한 그것들은 쇼와덴노(昭和天皇)의 생일인 4월29일을 그의 사후 ‘녹색
의 날’로 변경한 것을 다시 ‘쇼와의 날’로 부활시키려 한다든지 메이지
덴노의 생일인 11월3일을 지금의 ‘문화의 날’에서 새삼스레 ‘메이지의
날’로 바꾸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는 일부의 움직임과도 연결됐다고
봐야 한다.
분명히 상당수의 일본인들은 지금 과거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이 강한 듯하
다. 그러한 정신적 풍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구태를 벗자는 ‘제3의 개혁
’의 외침속에 조성되고 있는 ‘과거로 가는 일본’은 일본인의 ‘앰비벌런
스(ambivalance·상극된 감정의 공존)’만은 아니다.
<김용범, 주일특파원 도쿄에서>
전체자료 (MBC 뉴스/시사 기사검색)
날짜 : 98/05/12 09:09:49
# 12/16 제목 : 남경학살은 조작 박광온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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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경학살은 조작
⊙ 이인용 앵커 :
2차 대전의 1급 전범인 도조 히데끼를 미화해서
영웅으로 묘사한 영화가 일본에서 제작됐습니다. 과거를 인정하지도 않
고 뉘우치지도 않는 일본의 습관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 같습니다.
박광온 특파원입니다.
⊙ 박광온 특파원 :
2차 대전 1급 전범으로 도쿄 전범재판에서 사형
을 선고받고 교수형을 당한 도조 히데끼, 또다른 전범으로부터 뒤통수를
얻어 맞으며 모멸의 상징이 됐던 도조는 사형 50년만에 '자존, 운명의 순
간'이라는 미화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화에서 화려한 영웅으로 부활하
고 있습니다. 도조는 남경학살 사건에 대해 국가의 의지로 무차별적인
학살을 명령했다는 것을 누가 믿겠느냐면서 오히려 재판부를 나무라듯 남
경학살을 부정했습니다.
⊙ 쯔가와 (도조역 배우) :
도조가 아주 멋있는 사무라이였다는 생각이다.
⊙ 박광온 특파원 :
극본은 도모의 손녀딸의 글을 토대로 하고 있으
며 제작비 150억원의 대부분은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우익단체를 만든
기업인이 댔습니다. 전쟁 정당화 망언으로 잘 알려진 오쿠노 前법무장관
도 시사회에 나와 영화를 만든 일본 우익의 의도를 분명히 했습니다.
⊙ 오쿠노 前법무장관 :
남경사건은 조작이다. 거짓이다. 미국 전후 점
령정책의 하나이다.
⊙ 박광온 특파원 :
중국과 북한이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항의
한 것은 물론, 제작사인 도에이의 노동조합조차 반대집회를 갖고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오는 23일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역시 우익단체와 일본
기업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90만장의 예매권을 팔았습니다.
도쿄에서 MBC 뉴스 박광온입니다.
조선일보 날짜 : 98/05/12 19:38:12
# 9/16 제목 : [일본] 전범 도조 히데키 영웅화…영화로 `역사왜곡'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일본의 국수세력은 틈 있을 때마다 역사에 대
한 파괴적 공격을 감행해왔다. 이번엔 영화다. 제목은 [프라이드(자존
심)]. 오는 23일 개봉예정이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장본인 도조 히데
키(전시내각의 총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과거미화의 [영웅담](?)을
마음껏 늘어놓았다.
11일 있었던 시사회에 올려진 영화를 보면, 무대는 2차대전후 연합
군이 도쿄에 개정했던 극동국제군사재판소다. A급 전범으로 재판대에
올랐던 도조의 입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적 정의는 정신없이 일
그러지고 유린당한다. 도조와 그의 변호인의 대사에 따르면 {대동아전
쟁(태평양전쟁)은 일본의 자위를 위한 정당한 전쟁이자, 아시아 해방을
위한 성전}으로 둔갑한다.
영화 속에서 일제의 식민지 침탈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실처럼 돼
있다. 미-영의 제국주의 침략을 시종 공격하면서 종군위안부 동원이나
강제징용, 착취 등의 사실은 단 한마디도 안 나온다. 난징(남경)에서의
대학살은 [부정확한 전문]이 되고, 변호인은 {연합군의 살인(원폭투하)
은 도외시한 채 일본의 전쟁만 심판하려 한다}며 [절규]한다. 도조는
일본의 명예를 지키려다 연합군 측의 사전각본에 따라 부당하게 처형되
는 영웅으로 그려져 있다.
인도의 독립운동과 억지로 접합시킨 대목에 이르면 거의 코미디 수
준이다. 인도 독립전쟁에 참가했다는 정체불명의 한 일본인 청년이 느
닷없이 등장해 {일본은 아시아 독립을 위해 싸웠노라}고 외친다. 인도
가 식민지 독립을 위해 영국과 싸웠듯이, 일본도 미-영의 제국주의 침
략에서 아시아를 구해내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는 논리로 인도와 일본
제국주의를 오버래핑시킨다.
그러면서도 일본 자신의 제국주의 침략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한다.
한국과 대만의 식민지 지배는 얘기 자체가 안 나오고, 중국대륙 침공에
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얼버무린다. 전쟁을 합리화하기 위해 갖은
지혜를 다 짜낸 제작진의 필사적인 수고는 평가할 만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깊은 자체모순에 빠져든다. 군국주의 주역들이 심각한 표정으
로 아시아 독립 운운할수록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어진다.
영화가 의도하는 바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영화 제작사는 일본 최
대의 영화사인 도에이(동영)지만 제작비의 90%는 동일본하우스의 나카
무라이사오 사장이 댔다. 나카무라 사장은 이른바 [자학사관] 시정을
외치는 국수세력의 돈줄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역사교과서 공격을 목적으로 결성된 [이사리비카이(어화회)]의 스폰
서이고, [청년자유당]이란 극우단체의 당수이다. 제작비를 대고 90만장
의 예매권을 처리해준다는 조건으로 영화제작을 의뢰했다고 한다. 11일
시사회 때는 과거사 망언으로 유명한 오쿠노전 법무장관과 이타가키(판
원정) 자민당 총무 등 자민당 보수파의원 28명이 대거 참가하는 [성황]
을 이루기도 했다.
일본의 양심 세력들은 극우세력들이 과거미화를 위해 전파력이 강한
영화 매체까지 동원하고 나선 데 대해 큰 우려를 하고 있다. 지난달엔
영화인과 역사학자, 교수, 시민운동가, 작가 등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
프라이드를 비판하는 모임]이 결성돼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현재 3백여개 단체와 개인들이 운동에 참여중이며, 오는 15일엔 도
에이영화사 앞에서 항의집회도 열 계획이다. 도에이영화사 노조도 역사
왜곡의 영화제작을 강행한 경영진에 항의하고 나섰다. 중국 당국과 로
이터통신 등 서방 언론이 영화 상영에 우려를 표하는 등 국제적 파문도
확산돼가고 있다.
영화는 일류 배우와 정교한 세트, 웅장한 화면 등 돈(제작비 15억엔)
을 퍼부은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2시간41분의 상영시간 동안 도조와
군국주의자들의 역사파괴에 시달리고 나면 제작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그런 영화이다. <*동경=박정훈기자·jh-park@chosun com *>
중앙일보 날짜 : 98/05/12 22:34:07
# 8/16 제목 : 교수형 당한 일본 전범 도조, 영화로 '美化' 파문
2차세계대전의 A급 전범으로 교수형을 당한 도조 히데키 (東條英機) 의
도쿄 (東京) 전범 재판을 다룬 영화가 23일 일본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제목은 '프라이드 (자존심) 와 운명의 순간' . 전범재판 50주년을
맞아 제작된 이 영화는 패전 직후 도조의 자살 실패장면으로부터 시작된
다.
하이라이트는 46년 5월 도쿄 이치가야 (市ケ谷) 의 옛 육군성 대강당에
서 열린 재판장면. 도조는 승전국 관계자로 구성된 재판부를 향해 당당하
게 소신있게 무죄를 주장한다.
키난 주임검사가 "당신은 법률적.도덕적으로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 라고 묻자 도조는 "잘못하지 않았다" 고 되받아친다.
재판정의 이런 공방이 영화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한다.
영화는 또 연합국 재판부 가운데 '일본인 무죄론' 을 주장한 인도 라비
노트 파루 판사의 입을 빌려 "일본은 무죄" 라고 주장한다.
일본 최대 영화사인 도에이 (東映) 는 영화제작을 위해 15억엔 (약 1백
55억원) 을 쏟아부었다.
지난 11일 자민당 의원 27명이 이 영화를 관람한 다음 상당수 의원들이
도조를 칭송했다.
특히 코가 마사히로 (古賀正浩) 의원은 난징 학살과 관련, "다양한 역사
해석방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도에이 노동조합과 일본영화 부흥회의는 각각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있다" 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한편 도조의 손녀가 지난 93년 '나의 할아버지 도조 히데키, 그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는 책을 펴내는 등 일본 사회에 '죽은 도조가 부
활하는 반역사적 흐름' 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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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날짜 : 98/05/13 18:52:03
# 5/16 제목 : [여적] 도조 히데키
도쿄의 선샤인60빌딩은 한국인이 자주 찾는 곳이다. 한때 동양에서 가장
높았다는 이 빌딩에는 호텔도 있지만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200개가 넘
는 음식점과 상가가 들어선 백화점과 고대 오리엔트유물을 모아놓은 박물관
이 있고 수족관도 빌딩내에 있다. 240여m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도쿄의 빌
딩숲을 보는 재미도 이곳에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중 하나다.
그러나 이곳이 그 유명한 스가모형무소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독일의 뉘른베르크재판과 함께 2차대전을 종결짓는 또하
나의 전범처리가 도쿄재판이었다. 이 재판을 통해 7명이 교수형을 받았고
이들의 사형이 집행된 곳이 바로 선샤인빌딩이 들어선 자리다. 7명의 사형
수 가운데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도 포함돼있다.
2차대전의 일본측 전범중 전범이라 할 도조를 영웅화한 영화가 일본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곧 개봉될 영화 「프라이드」는 도조를 주
인공으로 내세워 태평양전쟁을 일본의 자위를 위한 정당한 전쟁이며 아시아
해방을 위한 성스러운 전쟁으로 미화하고 있다고 한다.
도조는 육군유아학교를 거쳐 육군사관학교를 나오는 등 어려서부터 철저
하게 군인정신으로 길러진 인물이다. 관동군참모장 시절에는 중국침략에 앞
장서고 후에 내무장관·육군장관 등을 겸직한 총리가 되고서는 미국 진주만
공격을 감행한 강경파였다. 더구나 그런 인물을 그린 영화 시사회에 전직장
관과 현직 의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일본대중문화의 개방론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군국주의를 부추기는 영화를 일본 최대영화사가 제작했다는 사실이
예사롭지만은 않다. 일본대중문화의 개방은 막을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기
는 하다.
또 위성방송과 잦은 교류로 이미 상당부문 국내에 들어온 일본대중문화
를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서로간의 이해를 높이고 문화발
전을 위해 문화개방은 필요하다. 그러나 「프라이드」같은 군국주의적 영화
가 자칫 양국간의 이해증진보다는 갈등을 부추겨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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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날짜 : 98/05/13 19:17:31
# 4/16 제목 : [횡설수설]김재홍/日 국수주의의 영웅
45년9월 도쿄의 맥아더사령부가 도조 히데키 등 전범 체포령을 내렸다.
도조의 집을 미군 헌병이 포위하고 나오라고 소리쳤다. 집안의 도조는
주치의가 백묵으로 그려준 자신의 심장부위에 권총을 쏘았다. 그러나 즉
사하지 않았다. 병원에 온 미군장성에게 그는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
고 했다. 미군장성은 “오늘밤 일을 말하는가, 지난 몇년 동안을 이르는
것인가”라며 냉소했다.
▼일본에서 그 2차세계대전의 A급전범인 도조를 영웅화한 영화가 만들
어져 국제사회가 시끄럽다. ‘프라이드’라는 영화 속의 군사법정에서 그
는 “대동아전쟁은 일본의 자위권이며 아시아 해방전”이라고 강변한다.
그는 일본군국주의의 총연출죄로 처형된다. 그가 유서에서 일본군의 잔학
성을 사죄했음에도 일본인들은 딴 소리다. 중국 외교부는 “침략전쟁의
괴수를 기리는 영화에 분노한다”는 대변인 논평을 냈다.
▼37년12월 난징(南京)에서 마쓰이 이와네 대장 휘하 5만여 일본군이
강간 약탈 학살을 자행했다. 시민 5만7천명을 포함해 총 12만9천명이 살
해됐다. 이는 도쿄군사재판 판결에 적힌 공식집계이고 실제로는 30만명
이상이 학살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미국에서 ‘난징 대학살’이라는
책이 출간됐다. 이에 주미 일본대사가 항의하자 중국대사관은 “일본측의
정확한 역사인식이 양국관계의 중요한 기초”라고 경고했다.
▼96년12월 미국 법무부는 일본전범을 감시명단에 올려 입국을 금지키
로 했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한 일본신문에는 히로시마 원폭돔의 세계유
산 등록문제가 크게 보도됐다. 태평양전쟁 단죄에 ‘원폭살인’이 맞불로
등장한 분위기였다. 침략전쟁을 일본의 자위권이라고 한 도조는 국가책
임론을 편 셈이다. 자신의 죄보다 국가책임을 내세운 그가 일본 국수주의
자들의 영웅이 되는 것도 흥미롭다.
김재홍<논설위원〉
조선일보 날짜 : 98/05/13 20:10:38
# 3/16 제목 : [만물상] 일본판 '영웅본색'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는 유태인들이 자금을 댄 유
태인[영웅본색]이다.2차대전을 소재로 한 미국 TV시리즈 [컴배트(Combat)]
는 독일군만 번번이 패하는 미국판 [영웅본색]이다.
2차대전 전범 도조히데키를 공신으로 미화시킨 [프라이드]는 일본판
[영웅본색]이다. 군국주의 신화 부활을 꿈꾸는 일본 극우단체가 제작비
를 지원한 영화다. 그래보았자 일부 일본인의 그릇된 [자존심]을 만족
시킬는지는 몰라도 역사가 뒤바뀔리 없다. 그저 영화를 이용해 벌이는
작태들이 유치할 따름이다.
시사회장에 정치인들이 대거 몰려온 것도 그렇고 게다가 [대동아전
쟁은 서구열강의 식민지였던 아시아를 해방시킨 성전]이라고 했다니 정
말 가관이다. 더욱이 도조를 [아시아를 해방시킨 영웅]으로 만든 것은
[대동아 공영권] 향수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는 [군대위안부
는 상행위]라는 모욕적 도발을 서슴지 않은 오쿠노 전 법상도 끼여있다
니 분위기를 알만 하다.
도조역을 맡은 배우 쓰가와는 {일본을 전쟁으로 이끈 것은 공격적인
게 아니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떠들었다. 감독 순야도 {98년
도쿄전범재판이 열렸을 때 꼿꼿이 머리를 세우고 자존심으로 재판을 견
뎌낸 도조를 젊은 세대가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일본 상업영화 한 편을 시비하자는 것이 아니다. 뭘 만들어도 좋으나
그까짓 [상품] 하나를 가지고서 잘못된 역사를 정당화 하려는 일본 정치
인들의 속내와 치기가 웃긴다는 얘기다. 태양은 손바닥으로 가려지지 않
는다.
한국 외교통상부 장관 박정수의 망언과도 연계해 보아 주세요.
문화일보 날짜 : 98/05/08 13:36:02
# 16/16 제목 : <특파원칼럼>과거로 가는 일본
‘지키는 것도 무찌르는 것도, 떠오르는 검은 철옹성 너를 믿노라.’ 매우
전투적인 이런 노래말이 붙은 ‘군함행진곡’, 옛 군국주의 일본의 음악적
상징이 최근 다시 부활했다. 흔히 ‘군칸(軍艦)마치’로 불리는 이 곡은 태
평양전쟁중 대본영 발표가 나올 때마다 라디오방송의 시그널뮤직으로 울려
퍼져 그 당시 제국일본을 자랑으로 여기던 ‘皇國臣民(황국신민)’들의 가
슴을 울렁거리게 했다.
그 ‘군칸마치’를 일본의 킹레코드사가 지난 달 하순 작곡자의 탄생 1백3
0주년을 기념하여 CD로 발매하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군칸마치가 이제야
부활한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해상자위대의 觀艦式(관함식)등 공
식행사에서 연주돼 왔고 수많은 빠찡꼬집에서도 아침 10시 영업개시와 더불
어 실내스피커로 방송돼 오고 있다. 때로는 중앙관청가 가스미가세키(霞ケ
關)의 길거리에서 방송시위를 벌이는 극우파 선전차량에서도 기세좋게 울려
퍼졌다.
그 점에서 이번 CD는 이미 부활된 ‘군칸’을 재정리하여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도에서 발행된 것이라고 볼수 있다. 제작자측의 설명
으로는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지탄받아온 ‘군칸’을 그 어두운 역사의 그늘
에서 해방시켜 순수하게 멜로디로서의 음악적 가치를 재평가받고 싶다는 게
CD발행의 변이다. 이를 뒷받침하여 해상자위대 음악대장을 지낸 다니무라
마사지로(谷村政次郞.59)는 이 곡이 ‘세계의 명곡, 혹은 세계의 3대 행진
곡’으로 평가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제국해군의 최대유산’이라고까지 찬
양했다.
‘군칸’의 음악적 가치에 대해서는 여기서 가타부타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다만 메이지(明治)시대가 낳은 ‘최대 음악유산’을 음악적 가치에서만 재
평가한다고 해서 ‘군칸’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군국주의의 상징이 과
연 지워지겠으며, 지워지지 않을 경우 그 상징성이 일본인들 사이에서 조장
할지도 모르는 과거에 대한 향수와 메이지에 대한 동경이 지금의 일본을 어
디로 지향시켜 나갈 것인지를 묻고 싶다.
더욱이 태평양전쟁의 A급전범으로 처형된 일본군 최고사령관 도조 히데키(
東條英機)에 관한 영화까지 제작돼 이달 23일 개봉되는 사실과 결부시켜 보
면 ‘군칸’의 부활을 예삿일로 보아넘길 수는 없다. ‘당신은 지금 일본인
으로서 자랑을 느끼고 있습니까’라는 영화 ‘프라이드-운명의 순간’의 선
전문구는 도쿄재판의 법정에 선 도조의 어떤 면모를 그리려 했는지 대충 짐
작할 수가 있다.
바로 자유주의사관연구회라는 신보수파 집단이 몇해전부터 전범에 관한 도
쿄재판은 일본의 나쁜 면만을 부각시켜 자긍심을 잃게 만들었다는 이른바
‘自虐史觀(자학사관)’의 원천으로 지목, 규탄해온 대상이다.
그 신보수파 집단은 도쿄재판의 기존 이미지를 뒤엎고, 제국주의 메이지시
대의 역사에서 ‘자랑스런 일본’의 모습을 발굴해 미래의 지표로 삼으려는
메이지찬양운동을 펴 일부 식자들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이미 광범위한 호
응을 얻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다른 한편에서는 전쟁과 침략으로 점철된 戰
前(전전) 쇼와(昭和)시대의 과오를 ‘肯定史觀(긍정사관)’이란 이름 아래
호도시키려는 기도가 노골화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비춰보면 ‘군칸’CD
와 영화 ‘프라이드’는 단순한 상업적 이익추구에서만 나온 게 아니다.
또한 그것들은 쇼와덴노(昭和天皇)의 생일인 4월29일을 그의 사후 ‘녹색
의 날’로 변경한 것을 다시 ‘쇼와의 날’로 부활시키려 한다든지 메이지
덴노의 생일인 11월3일을 지금의 ‘문화의 날’에서 새삼스레 ‘메이지의
날’로 바꾸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는 일부의 움직임과도 연결됐다고
봐야 한다.
분명히 상당수의 일본인들은 지금 과거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이 강한 듯하
다. 그러한 정신적 풍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구태를 벗자는 ‘제3의 개혁
’의 외침속에 조성되고 있는 ‘과거로 가는 일본’은 일본인의 ‘앰비벌런
스(ambivalance·상극된 감정의 공존)’만은 아니다.
<김용범, 주일특파원 도쿄에서>
전체자료 (MBC 뉴스/시사 기사검색)
날짜 : 98/05/12 09:09:49
# 12/16 제목 : 남경학살은 조작 박광온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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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학살은 조작
⊙ 이인용 앵커 :
2차 대전의 1급 전범인 도조 히데끼를 미화해서
영웅으로 묘사한 영화가 일본에서 제작됐습니다. 과거를 인정하지도 않
고 뉘우치지도 않는 일본의 습관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 같습니다.
박광온 특파원입니다.
⊙ 박광온 특파원 :
2차 대전 1급 전범으로 도쿄 전범재판에서 사형
을 선고받고 교수형을 당한 도조 히데끼, 또다른 전범으로부터 뒤통수를
얻어 맞으며 모멸의 상징이 됐던 도조는 사형 50년만에 '자존, 운명의 순
간'이라는 미화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영화에서 화려한 영웅으로 부활하
고 있습니다. 도조는 남경학살 사건에 대해 국가의 의지로 무차별적인
학살을 명령했다는 것을 누가 믿겠느냐면서 오히려 재판부를 나무라듯 남
경학살을 부정했습니다.
⊙ 쯔가와 (도조역 배우) :
도조가 아주 멋있는 사무라이였다는 생각이다.
⊙ 박광온 특파원 :
극본은 도모의 손녀딸의 글을 토대로 하고 있으
며 제작비 150억원의 대부분은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는 우익단체를 만든
기업인이 댔습니다. 전쟁 정당화 망언으로 잘 알려진 오쿠노 前법무장관
도 시사회에 나와 영화를 만든 일본 우익의 의도를 분명히 했습니다.
⊙ 오쿠노 前법무장관 :
남경사건은 조작이다. 거짓이다. 미국 전후 점
령정책의 하나이다.
⊙ 박광온 특파원 :
중국과 북한이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항의
한 것은 물론, 제작사인 도에이의 노동조합조차 반대집회를 갖고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오는 23일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역시 우익단체와 일본
기업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90만장의 예매권을 팔았습니다.
도쿄에서 MBC 뉴스 박광온입니다.
조선일보 날짜 : 98/05/12 19:38:12
# 9/16 제목 : [일본] 전범 도조 히데키 영웅화…영화로 `역사왜곡'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일본의 국수세력은 틈 있을 때마다 역사에 대
한 파괴적 공격을 감행해왔다. 이번엔 영화다. 제목은 [프라이드(자존
심)]. 오는 23일 개봉예정이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장본인 도조 히데
키(전시내각의 총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과거미화의 [영웅담](?)을
마음껏 늘어놓았다.
11일 있었던 시사회에 올려진 영화를 보면, 무대는 2차대전후 연합
군이 도쿄에 개정했던 극동국제군사재판소다. A급 전범으로 재판대에
올랐던 도조의 입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역사적 정의는 정신없이 일
그러지고 유린당한다. 도조와 그의 변호인의 대사에 따르면 {대동아전
쟁(태평양전쟁)은 일본의 자위를 위한 정당한 전쟁이자, 아시아 해방을
위한 성전}으로 둔갑한다.
영화 속에서 일제의 식민지 침탈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실처럼 돼
있다. 미-영의 제국주의 침략을 시종 공격하면서 종군위안부 동원이나
강제징용, 착취 등의 사실은 단 한마디도 안 나온다. 난징(남경)에서의
대학살은 [부정확한 전문]이 되고, 변호인은 {연합군의 살인(원폭투하)
은 도외시한 채 일본의 전쟁만 심판하려 한다}며 [절규]한다. 도조는
일본의 명예를 지키려다 연합군 측의 사전각본에 따라 부당하게 처형되
는 영웅으로 그려져 있다.
인도의 독립운동과 억지로 접합시킨 대목에 이르면 거의 코미디 수
준이다. 인도 독립전쟁에 참가했다는 정체불명의 한 일본인 청년이 느
닷없이 등장해 {일본은 아시아 독립을 위해 싸웠노라}고 외친다. 인도
가 식민지 독립을 위해 영국과 싸웠듯이, 일본도 미-영의 제국주의 침
략에서 아시아를 구해내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는 논리로 인도와 일본
제국주의를 오버래핑시킨다.
그러면서도 일본 자신의 제국주의 침략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한다.
한국과 대만의 식민지 지배는 얘기 자체가 안 나오고, 중국대륙 침공에
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얼버무린다. 전쟁을 합리화하기 위해 갖은
지혜를 다 짜낸 제작진의 필사적인 수고는 평가할 만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깊은 자체모순에 빠져든다. 군국주의 주역들이 심각한 표정으
로 아시아 독립 운운할수록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어진다.
영화가 의도하는 바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영화 제작사는 일본 최
대의 영화사인 도에이(동영)지만 제작비의 90%는 동일본하우스의 나카
무라이사오 사장이 댔다. 나카무라 사장은 이른바 [자학사관] 시정을
외치는 국수세력의 돈줄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역사교과서 공격을 목적으로 결성된 [이사리비카이(어화회)]의 스폰
서이고, [청년자유당]이란 극우단체의 당수이다. 제작비를 대고 90만장
의 예매권을 처리해준다는 조건으로 영화제작을 의뢰했다고 한다. 11일
시사회 때는 과거사 망언으로 유명한 오쿠노전 법무장관과 이타가키(판
원정) 자민당 총무 등 자민당 보수파의원 28명이 대거 참가하는 [성황]
을 이루기도 했다.
일본의 양심 세력들은 극우세력들이 과거미화를 위해 전파력이 강한
영화 매체까지 동원하고 나선 데 대해 큰 우려를 하고 있다. 지난달엔
영화인과 역사학자, 교수, 시민운동가, 작가 등을 중심으로 하는 [영화
프라이드를 비판하는 모임]이 결성돼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현재 3백여개 단체와 개인들이 운동에 참여중이며, 오는 15일엔 도
에이영화사 앞에서 항의집회도 열 계획이다. 도에이영화사 노조도 역사
왜곡의 영화제작을 강행한 경영진에 항의하고 나섰다. 중국 당국과 로
이터통신 등 서방 언론이 영화 상영에 우려를 표하는 등 국제적 파문도
확산돼가고 있다.
영화는 일류 배우와 정교한 세트, 웅장한 화면 등 돈(제작비 15억엔)
을 퍼부은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2시간41분의 상영시간 동안 도조와
군국주의자들의 역사파괴에 시달리고 나면 제작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그런 영화이다. <*동경=박정훈기자·jh-park@chosun com *>
중앙일보 날짜 : 98/05/12 22:34:07
# 8/16 제목 : 교수형 당한 일본 전범 도조, 영화로 '美化' 파문
2차세계대전의 A급 전범으로 교수형을 당한 도조 히데키 (東條英機) 의
도쿄 (東京) 전범 재판을 다룬 영화가 23일 일본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영화제목은 '프라이드 (자존심) 와 운명의 순간' . 전범재판 50주년을
맞아 제작된 이 영화는 패전 직후 도조의 자살 실패장면으로부터 시작된
다.
하이라이트는 46년 5월 도쿄 이치가야 (市ケ谷) 의 옛 육군성 대강당에
서 열린 재판장면. 도조는 승전국 관계자로 구성된 재판부를 향해 당당하
게 소신있게 무죄를 주장한다.
키난 주임검사가 "당신은 법률적.도덕적으로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인가
" 라고 묻자 도조는 "잘못하지 않았다" 고 되받아친다.
재판정의 이런 공방이 영화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한다.
영화는 또 연합국 재판부 가운데 '일본인 무죄론' 을 주장한 인도 라비
노트 파루 판사의 입을 빌려 "일본은 무죄" 라고 주장한다.
일본 최대 영화사인 도에이 (東映) 는 영화제작을 위해 15억엔 (약 1백
55억원) 을 쏟아부었다.
지난 11일 자민당 의원 27명이 이 영화를 관람한 다음 상당수 의원들이
도조를 칭송했다.
특히 코가 마사히로 (古賀正浩) 의원은 난징 학살과 관련, "다양한 역사
해석방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도에이 노동조합과 일본영화 부흥회의는 각각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있다" 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한편 도조의 손녀가 지난 93년 '나의 할아버지 도조 히데키, 그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는 책을 펴내는 등 일본 사회에 '죽은 도조가 부
활하는 반역사적 흐름' 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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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날짜 : 98/05/13 18:52:03
# 5/16 제목 : [여적] 도조 히데키
도쿄의 선샤인60빌딩은 한국인이 자주 찾는 곳이다. 한때 동양에서 가장
높았다는 이 빌딩에는 호텔도 있지만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200개가 넘
는 음식점과 상가가 들어선 백화점과 고대 오리엔트유물을 모아놓은 박물관
이 있고 수족관도 빌딩내에 있다. 240여m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도쿄의 빌
딩숲을 보는 재미도 이곳에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중 하나다.
그러나 이곳이 그 유명한 스가모형무소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독일의 뉘른베르크재판과 함께 2차대전을 종결짓는 또하
나의 전범처리가 도쿄재판이었다. 이 재판을 통해 7명이 교수형을 받았고
이들의 사형이 집행된 곳이 바로 선샤인빌딩이 들어선 자리다. 7명의 사형
수 가운데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도 포함돼있다.
2차대전의 일본측 전범중 전범이라 할 도조를 영웅화한 영화가 일본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곧 개봉될 영화 「프라이드」는 도조를 주
인공으로 내세워 태평양전쟁을 일본의 자위를 위한 정당한 전쟁이며 아시아
해방을 위한 성스러운 전쟁으로 미화하고 있다고 한다.
도조는 육군유아학교를 거쳐 육군사관학교를 나오는 등 어려서부터 철저
하게 군인정신으로 길러진 인물이다. 관동군참모장 시절에는 중국침략에 앞
장서고 후에 내무장관·육군장관 등을 겸직한 총리가 되고서는 미국 진주만
공격을 감행한 강경파였다. 더구나 그런 인물을 그린 영화 시사회에 전직장
관과 현직 의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일본대중문화의 개방론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군국주의를 부추기는 영화를 일본 최대영화사가 제작했다는 사실이
예사롭지만은 않다. 일본대중문화의 개방은 막을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기
는 하다.
또 위성방송과 잦은 교류로 이미 상당부문 국내에 들어온 일본대중문화
를 막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서로간의 이해를 높이고 문화발
전을 위해 문화개방은 필요하다. 그러나 「프라이드」같은 군국주의적 영화
가 자칫 양국간의 이해증진보다는 갈등을 부추겨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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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날짜 : 98/05/13 19:17:31
# 4/16 제목 : [횡설수설]김재홍/日 국수주의의 영웅
45년9월 도쿄의 맥아더사령부가 도조 히데키 등 전범 체포령을 내렸다.
도조의 집을 미군 헌병이 포위하고 나오라고 소리쳤다. 집안의 도조는
주치의가 백묵으로 그려준 자신의 심장부위에 권총을 쏘았다. 그러나 즉
사하지 않았다. 병원에 온 미군장성에게 그는 “귀찮게 해서 미안하다”
고 했다. 미군장성은 “오늘밤 일을 말하는가, 지난 몇년 동안을 이르는
것인가”라며 냉소했다.
▼일본에서 그 2차세계대전의 A급전범인 도조를 영웅화한 영화가 만들
어져 국제사회가 시끄럽다. ‘프라이드’라는 영화 속의 군사법정에서 그
는 “대동아전쟁은 일본의 자위권이며 아시아 해방전”이라고 강변한다.
그는 일본군국주의의 총연출죄로 처형된다. 그가 유서에서 일본군의 잔학
성을 사죄했음에도 일본인들은 딴 소리다. 중국 외교부는 “침략전쟁의
괴수를 기리는 영화에 분노한다”는 대변인 논평을 냈다.
▼37년12월 난징(南京)에서 마쓰이 이와네 대장 휘하 5만여 일본군이
강간 약탈 학살을 자행했다. 시민 5만7천명을 포함해 총 12만9천명이 살
해됐다. 이는 도쿄군사재판 판결에 적힌 공식집계이고 실제로는 30만명
이상이 학살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미국에서 ‘난징 대학살’이라는
책이 출간됐다. 이에 주미 일본대사가 항의하자 중국대사관은 “일본측의
정확한 역사인식이 양국관계의 중요한 기초”라고 경고했다.
▼96년12월 미국 법무부는 일본전범을 감시명단에 올려 입국을 금지키
로 했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한 일본신문에는 히로시마 원폭돔의 세계유
산 등록문제가 크게 보도됐다. 태평양전쟁 단죄에 ‘원폭살인’이 맞불로
등장한 분위기였다. 침략전쟁을 일본의 자위권이라고 한 도조는 국가책
임론을 편 셈이다. 자신의 죄보다 국가책임을 내세운 그가 일본 국수주의
자들의 영웅이 되는 것도 흥미롭다.
김재홍<논설위원〉
조선일보 날짜 : 98/05/13 20:10:38
# 3/16 제목 : [만물상] 일본판 '영웅본색'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는 유태인들이 자금을 댄 유
태인[영웅본색]이다.2차대전을 소재로 한 미국 TV시리즈 [컴배트(Combat)]
는 독일군만 번번이 패하는 미국판 [영웅본색]이다.
2차대전 전범 도조히데키를 공신으로 미화시킨 [프라이드]는 일본판
[영웅본색]이다. 군국주의 신화 부활을 꿈꾸는 일본 극우단체가 제작비
를 지원한 영화다. 그래보았자 일부 일본인의 그릇된 [자존심]을 만족
시킬는지는 몰라도 역사가 뒤바뀔리 없다. 그저 영화를 이용해 벌이는
작태들이 유치할 따름이다.
시사회장에 정치인들이 대거 몰려온 것도 그렇고 게다가 [대동아전
쟁은 서구열강의 식민지였던 아시아를 해방시킨 성전]이라고 했다니 정
말 가관이다. 더욱이 도조를 [아시아를 해방시킨 영웅]으로 만든 것은
[대동아 공영권] 향수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는 [군대위안부
는 상행위]라는 모욕적 도발을 서슴지 않은 오쿠노 전 법상도 끼여있다
니 분위기를 알만 하다.
도조역을 맡은 배우 쓰가와는 {일본을 전쟁으로 이끈 것은 공격적인
게 아니라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떠들었다. 감독 순야도 {98년
도쿄전범재판이 열렸을 때 꼿꼿이 머리를 세우고 자존심으로 재판을 견
뎌낸 도조를 젊은 세대가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일본 상업영화 한 편을 시비하자는 것이 아니다. 뭘 만들어도 좋으나
그까짓 [상품] 하나를 가지고서 잘못된 역사를 정당화 하려는 일본 정치
인들의 속내와 치기가 웃긴다는 얘기다. 태양은 손바닥으로 가려지지 않
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