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발자국[동호회]
[정동칼럼] 무서운 `멋진세계`
松巖
1997. 3. 14. 03:39
안녕하세요?
경향신문 스크랩 메일 서비르를 받아보는데
오늘 새벽 기사로 다음과 같은 칼럼이 배달되더군요.
앞내용은 인간복제의 얘기인데...
마지막 줄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한번 읽어보세요..
From - Fri Mar 14 02:44:09 1997
From: khan@khan.co.kr
Date: Fri, 14 Mar 1997 01:25:29 +0900
To: leesun2@usa.net
Subject: KHAN[정동칼럼]1997/03/14
1997년 3월 14일 금요일 3:15 AM
【정동칼럼】 무서운 「멋진 신세계」
김병익 <문학평론가>
양과 원숭이의 복제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는 소식은 97년 전세계 언론의 톱뉴스가
되었다. 유전자 공학을 이용한 이 생물체 복제는 멀지않아 인간의 복제까지를 예고
하는 것이어서 그것이 줄 충격의 파장이 엄청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비유로서가 아니라 실체로서 「신인류」의 출현을 목격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의 가치관, 생명관, 제도, 사회, 문화, 풍습, 교육 등 인간
삶의 질서와 관념이 전폭적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로마 교황청이 인간 복제를 금지할 것을 호소하고 미국의 대통령이 생명 복제에
대한 규제를 약속하는 등 갖가지 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호소와 규제에도 불구하고 오래잖아 인간 복제가 어디에서 어
떤 형태로든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자들의 진리에 대한 확신은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에서 보듯 거대한 종교의 힘도 깨뜨렸으며 미지의 것에 대
한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은 인간의 달 착륙처럼 어떤 장애와 어려움 앞에서도 결국
그 뜻을 이루고야 만다.
과학은 어떤 것에도 항상 승리를 거두었던 것이다. 그 새로운 발견과 발명과 개발
은 인간의 지식을 확장시키고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키며 삶의 질을 향상시켜왔으므로
과학의 진리 담보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생명 복제 기술은 실제로 지구적인 문제로 제기될 식량 문제
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의료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약속할 것이고 가령 자녀를
갖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대 과학은 자본보다 더 강하고 질긴 자기 증식 욕구를 마음껏 펼 수 있으
며 그 진보에는 더욱 심한 가속도가 붙는다. 올챙이 세포로 개구리를 만든 최초의 동
물 복제는 1962년에 이뤄졌고 시험관 수정으로 첫 아기가 태어난 것이 1978년이었는
데 이제 포유류의 복제가 가능하게 되었으니 인간 복제의 기술적 잠재력은 이미 갖추
어진 셈이고, 마음만 먹는다면 21세기초에 우리는 인간이 만든 인간을 만날지도 모른
다.
과학적 지식이 풍부하고 문학적 상상력이 자유로웠던 올더스 헉슬리가 복제된 인
간 사회를 공상한 「멋진 신세계」의 시대는 「포드 기원 632년」인데 이 작품이 발
표된 것이 1932년이므로 그가 설마하며 그린 「신인류 세계」는 그로부터 1세기도 안
된 사이에 다가온 것이다.
이 「멋진 신세계」는 인간의 수정란을 시험관으로 배양하며 또 그것을 분열시켜
숱한 쌍둥이를 요구대로 생산하기 때문에 인구 문제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고 지
능과 인성을 자유로이 규격화할 수 있는 세계이다.
그래서 사회적 필요에 따라 인간을 생산해내고 주문대로 적성의 인력을 공급한다
. 이 세계의 사람들은 인간이 태생(胎生)이라는 것, 가족이 있다는 것을 더할 수 없
는 치욕으로 여기며, 태어나면서 세뇌 교육을 받고 성은 완전 개방된다.
헉슬리는 원시인,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 인간들의 문화 유산을 끌어들임으로써 과
학이 인류를 지배하는 세계를 야유하고 있지만, 유전자 조작에 의해서든 로봇을 통해
서든 미래의 인류 사회가 「멋진 신세계」를 향해 옮겨가고 있는 것은 이제 부인하기
힘들어진 것만은 점점 더 확실해진다.
그 신세계가 과학자나 미래학자들에게는 낙관적으로 보이지만 작가나 예술가에게
는 오히려 어둡고 비인간적인 세계로 상상되는 듯싶다. 헉슬리만이 아니라, 이미 그
예정된 시기는 지났지만 「1984년」의 오웰로부터, 오늘날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
」며 「터미네이터」가 그리고 있는 세계들은 암울하다.
체제는 엄격하고 인간들은 가난하며 누추하고, 가짜 인간을 통해 이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힘은 보이지 않는 데서 명령을 내리는 전체주의적 권력이다. 그 보이지 않
는 신적인 존재가 실제로는 과학이 아닐까 하는 것은 모든 정보와 지시와 보고가 유
통되는 인터넷을 보면 실감한다.
우리는 인간의 체온이 없는 컴퓨터의 모니터를 통해 타인과 세계에 접촉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나인지 나의 자식인지, 손오공의 머리털 같은 분신인지 알 수 없게 될
복제 인간들의 멋진 신세계가 도래할, 아니 그것을 피할 수 없으리란 예감에, 나는
오직 무서움을 탈 뿐이다. 내가 그 「멋진」 인류에 아직은 소속되지 않은 세대임을
천만 다행으로 여기면서.
경향신문 스크랩 메일 서비르를 받아보는데
오늘 새벽 기사로 다음과 같은 칼럼이 배달되더군요.
앞내용은 인간복제의 얘기인데...
마지막 줄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한번 읽어보세요..
From - Fri Mar 14 02:44:09 1997
From: khan@khan.co.kr
Date: Fri, 14 Mar 1997 01:25:29 +0900
To: leesun2@usa.net
Subject: KHAN[정동칼럼]1997/03/14
1997년 3월 14일 금요일 3:15 AM
【정동칼럼】 무서운 「멋진 신세계」
김병익 <문학평론가>
양과 원숭이의 복제 생산이 가능하게 됐다는 소식은 97년 전세계 언론의 톱뉴스가
되었다. 유전자 공학을 이용한 이 생물체 복제는 멀지않아 인간의 복제까지를 예고
하는 것이어서 그것이 줄 충격의 파장이 엄청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비유로서가 아니라 실체로서 「신인류」의 출현을 목격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의 가치관, 생명관, 제도, 사회, 문화, 풍습, 교육 등 인간
삶의 질서와 관념이 전폭적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로마 교황청이 인간 복제를 금지할 것을 호소하고 미국의 대통령이 생명 복제에
대한 규제를 약속하는 등 갖가지 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호소와 규제에도 불구하고 오래잖아 인간 복제가 어디에서 어
떤 형태로든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자들의 진리에 대한 확신은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에서 보듯 거대한 종교의 힘도 깨뜨렸으며 미지의 것에 대
한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은 인간의 달 착륙처럼 어떤 장애와 어려움 앞에서도 결국
그 뜻을 이루고야 만다.
과학은 어떤 것에도 항상 승리를 거두었던 것이다. 그 새로운 발견과 발명과 개발
은 인간의 지식을 확장시키고 문명과 문화를 발전시키며 삶의 질을 향상시켜왔으므로
과학의 진리 담보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생명 복제 기술은 실제로 지구적인 문제로 제기될 식량 문제
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의료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을 약속할 것이고 가령 자녀를
갖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대 과학은 자본보다 더 강하고 질긴 자기 증식 욕구를 마음껏 펼 수 있으
며 그 진보에는 더욱 심한 가속도가 붙는다. 올챙이 세포로 개구리를 만든 최초의 동
물 복제는 1962년에 이뤄졌고 시험관 수정으로 첫 아기가 태어난 것이 1978년이었는
데 이제 포유류의 복제가 가능하게 되었으니 인간 복제의 기술적 잠재력은 이미 갖추
어진 셈이고, 마음만 먹는다면 21세기초에 우리는 인간이 만든 인간을 만날지도 모른
다.
과학적 지식이 풍부하고 문학적 상상력이 자유로웠던 올더스 헉슬리가 복제된 인
간 사회를 공상한 「멋진 신세계」의 시대는 「포드 기원 632년」인데 이 작품이 발
표된 것이 1932년이므로 그가 설마하며 그린 「신인류 세계」는 그로부터 1세기도 안
된 사이에 다가온 것이다.
이 「멋진 신세계」는 인간의 수정란을 시험관으로 배양하며 또 그것을 분열시켜
숱한 쌍둥이를 요구대로 생산하기 때문에 인구 문제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고 지
능과 인성을 자유로이 규격화할 수 있는 세계이다.
그래서 사회적 필요에 따라 인간을 생산해내고 주문대로 적성의 인력을 공급한다
. 이 세계의 사람들은 인간이 태생(胎生)이라는 것, 가족이 있다는 것을 더할 수 없
는 치욕으로 여기며, 태어나면서 세뇌 교육을 받고 성은 완전 개방된다.
헉슬리는 원시인, 그러니까 오늘날 우리 인간들의 문화 유산을 끌어들임으로써 과
학이 인류를 지배하는 세계를 야유하고 있지만, 유전자 조작에 의해서든 로봇을 통해
서든 미래의 인류 사회가 「멋진 신세계」를 향해 옮겨가고 있는 것은 이제 부인하기
힘들어진 것만은 점점 더 확실해진다.
그 신세계가 과학자나 미래학자들에게는 낙관적으로 보이지만 작가나 예술가에게
는 오히려 어둡고 비인간적인 세계로 상상되는 듯싶다. 헉슬리만이 아니라, 이미 그
예정된 시기는 지났지만 「1984년」의 오웰로부터, 오늘날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
」며 「터미네이터」가 그리고 있는 세계들은 암울하다.
체제는 엄격하고 인간들은 가난하며 누추하고, 가짜 인간을 통해 이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힘은 보이지 않는 데서 명령을 내리는 전체주의적 권력이다. 그 보이지 않
는 신적인 존재가 실제로는 과학이 아닐까 하는 것은 모든 정보와 지시와 보고가 유
통되는 인터넷을 보면 실감한다.
우리는 인간의 체온이 없는 컴퓨터의 모니터를 통해 타인과 세계에 접촉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나인지 나의 자식인지, 손오공의 머리털 같은 분신인지 알 수 없게 될
복제 인간들의 멋진 신세계가 도래할, 아니 그것을 피할 수 없으리란 예감에, 나는
오직 무서움을 탈 뿐이다. 내가 그 「멋진」 인류에 아직은 소속되지 않은 세대임을
천만 다행으로 여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