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발자국[게시판]

여보,당신 대 그린비,단미

松巖 1998. 7. 12. 05:51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가끔씩 틈나는 대로 우리말과 글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나
주장을 올려보겠습니다.

부부관계의 호칭 중 점잖은 느낌의 호칭으로 "여보" "당신"을 사용해
오셨을 것입니다. 또 많은 어른들께서는 결혼한 자식들에게도 그러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그렇다면,
이런 경우는 어찌된 일일까요?
도로에서 아주 경미한 접촉사고가 났습니다.
두 운전자가 맞고함에 삿대질을 하며
"여보,당신이 잘못이야!"
"아니 뭐요? 여보, 당신이 잘못한 거야!"
그러면 이 두 사람은 서로 부부관계?

저는 이런 경우를 생각컨댄,
1.여보,당신이란 호칭은 우리 민족의 점잖음에서 유래했다?
2.여보,당신이란 호칭은 자신이 낮추어지지 않기 위한 수동적인 호칭이다?
3.여보,당신이 부부관계에서 불리어지는 것은 부부가 서로 자신이 낮추어
지지 않으려는 자존심이거나 수동적인 소극적인 애정관에서 비롯한다?
이런 생각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보니 어쩐지 정겨운 맛과 멋은 없지요?
심지어 미군들의 은어(?)에 "여보(우리말로)"란 한국인 세컨드나 현지처를
뜻한다고 하네요.

자,우리말도 사랑할 겸 부부의 사랑도 새롭게 할 겸...
최현배 선생님의 만씀을 들어 봅니다.

일찍이 최현배 선생님은, 아내가 남편을 이를 때는 '그린비' 라
하고, 남편이 아내를 이를 때는 '단미' 라 하자고 한 일이
있습니다. '그린비' 의 '비' 는 '아비(오라비)' 에서 따온 것으로
이는 남자를 뜻하는 말로, '단미' 의 '미' 는 '어미(할미)'
에서와 같이 여자를 뜻하는 말로 쓰이기에, '그린비' 는 '늘
그리워하는(생각하는) 남자' 란 뜻이요, '단미' 는
'달콤한(사랑스러운) 여자' 란 뜻이라 했습니다.
더러는 사용 가능성도 없는 억지 조어라 할지 모르지만 젊은
부부들이, 아니 중년 부부 간에도 사용했으면 하는 '그린비' 와
'단미' 는 최현배 박사의 국어 사랑의 정신을 읽게 하는
일화로 남을 것입니다. 중년 부부는 그렇다 치더라도 젊은
부부는 신세대 부부들이니까 이런 말을 쓰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물론 연인 사이에 쓴다면 더더욱 아름다운
말일거라 생각합니다.

***자료제공:숲속의 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