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발자국[게시판]
[갈무리] 통신인..인터넷...생각의 동참
松巖
1996. 8. 3. 18:06
생각해볼만한 글이 있어서 갈무리해 올립니다.
'지성과 패기' 라는 정기 간행물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선경에서 발행하는 무가(공짜) 잡지인것으로 압니다.
글쓴이: rham (무슨 영화 볼까?)
날 짜: Thu Jul 18 17:54:55 1996
제 목: 정보 공유, 그러면 자유?
지성과 패기'라는 정기간행물 보고 타자 친 글이에여.
쫌 길어도 읽어보세여.
정보를 공유하라, 그러면 자유로워질 것이다
-한 문화 평론가의 '네티즌 공동체' 꿈꾸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얼마나 그들의 일상
사를 장악해야 그 무엇인가가 유행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떻
게 지속되고 어떤 의미를 가져야 그 무엇인가가 문화로 정착할
수 있을까? 그것이 생산하는 의미들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들
이 되기 위해 우리의 반성과 실천은 어떤 방향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일까?
영향력 있는 두 일간지를 선두로 해서 그 뒤를 일부 케이블 방송들과 잡지들
이 뒤따르고 정부까지 맞장구를 치면서 장기 지속될 기세를 보이는, 그러나
좀처럼 차분히 가라앉아 삶의 든든한 일부로 자리잡을 것 같지는 않은 인터
넷 붐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들이다. 사실 무엇인가가 유행하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일정 수의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
이지 무조건적인 다수가 아니다. 유행이라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상품에 의
한, 상품을 위한, 상품의'라는 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이 상품을 상품
을 위해서 유통시킬 때 그리고 그 상품의 사용 가치적 측면보다는 이미지적
측면에 강조점이 두어질 때, 더 나아가 그 이미지의 성격이 주기적으로 갱신
될 때 유행이라는 것이 생겨난다.
유행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의 운명이다. 유행은 그 사회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사회가 그 외의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의 집단적 연대에 대한 욕구나 의미 있
는 삶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다. 다만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따라서 새로운 욕망을 생산하고 판매해야
한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에 기능적으로 어울리기만 할뿐이다. 매체들은
호들갑으로 그 유행을 부추킨다. 최근의 인터넷 붐은 이런 의미에서 분명히
하나의 유행이다. '마인드'면에서나 물질적 기반 면에서나 거기에는 실질이
없다. 국민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컴맹들을 뒷전에 세워 놓은 채 학교
실습실의 구석기 PC를 1998년까지 5,000억 이상을 투자하여 신석기 PC-이미
단종된 486PC!-로 교체하겠다고 떵떵거리는 정부와 코 묻은 돈까지 긁어모
으겠다는 심보를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대한민국이 인터넷이 생활화된 나라라
는 인상을 세계 속에 심는 데 기여하는 일부 언론들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인터넷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적실하게 통합하고 있
는 사람들이 아예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대부분은 이렇게 '인터
넷' 이라는 낱말이 세계화라는 낱말과 함께 반쪽 한민족의 촉급한 화두로 등
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인터넷의 생활화를 실천하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그들
에게 인터넷은 학업이나 직업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상에 있었고 지금도 그렇
다. 물론 분명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알고 그것으로부터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얻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들어간 노력에 비해 나온 결과가 적다면, 그 결과가 해
당 개인에게 아무리 '흐뭇한' 느낌을 준다 해도 그 노력에 문화적 의미는 없
다. 기십만원짜리 월급쟁이가 담배, 술 다 끊고 1년에 서너번 클래식 음악회
에 간다고 해서 그가 고급 문화의 진정한 향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인' 입장에서라면, 1년마다 세대가 교체되는 고성능 PC를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고, 제대로 지원도 안 되는 고속 모뎀을 달고, 문제가 많은 '윈도우95'를 이
를 갈아 가면서 거듭 깔고는 서비스 업체를 골라 각종 도구들을 통해 최종적
으로 인터넷 접속에 성공하여 환호성을 지르기 위해서는 오로지 피와 땀과
다량의 화폐 그리고 한민족 특유의 은근한 끈기만이 요구될 뿐이다.
폭증하는 전화료와 느린 전송 속도에 질려서 접속하고 싶은 만큼 접속하지
못하는 것이나 그 양자를 피해 새벽 서너 시를 기다리는 데에도 인터넷 문화
는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절실한 필요 없이 호기심과 나도 한 번이라는
욕심에 떠밀려 들어왔다가 다만 없는 게 없는 공간, 모든 금기가 해체된 듯
한 공간의 그 스펙터클에 넋을 잃은 채 일상의 자신으로부터의 탈출감만을
만끽하는 데에도 인터넷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크랙들(소프트웨어나 상용
프로그램에 변경을 가해서 공짜 등록판으로 만들어 주는 파일)과 포르노그라
피만을 찾아 돌아다니는 데에도 인터넷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개인들 간
의 생생한 소통이, 흐름이, 그것도 매 시간 업데이트 되는 유즈넷 뉴스보다는
화려하기는 하지만 정형화된 틀에 갖혀 있는 월드 와이드 웹에 중점이 가 있
은 것에도 인터넷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은 이 모든 것들은 또한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
들 가운데 일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들에는 어떤 정당한 이유들이 있을
수 있다. 어차피 초보자들은 고생하기 마련이고 이 나라는 아직 선진국이 아
니다. 지금보다 더 전화료가 인하되고 전송 속도가 높아져도 인터넷 중독자
들은 동일한 이유로 새벽 시간을 찾을 것이고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따로 마련해 두는 일이나 주체의 황홀한 분열을 즐겨 보는 것도 반
성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들이다. 크랙들이라면
그 자본주의 종주국에 알게 모르게 빼앗긴 것들을 다른 형태로 돌려 받는다
는 논리를 내세울 수도 있고 포르노그라피라면 이미 우리 사회 자체가 충분
히 포르노그라피를 닮았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월드 와이드 웹에 쏠리는 것
은 본바닥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아직 유행 단계를 벗어나지 못해서 초기적인 이용 형태들이 지배
적이라거나 물질적 기반 자체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것 자체가 무슨 큰 문
제일 리는 없다. 과장이 다분하고 선정적인 광고로도 도스도 정복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인터넷으로 몰아세우는 것도 사기업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만
한 일이다. 더구나 기왕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있는 공간이 되어 '버
린' 곳이 인터넷이라면 그 속에서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은 '인터넷적'이
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설립자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저마다의 생산적인 목적들이 서로간의
아무런 협의도 없이, 서로에 대한 아무런 의심도 없이, 서로의 능력과 노력을
대가 없이 주고받는 그런 방식으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것이 인터넷이다.
별다른 추가적인 노력 없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공간에 들어오기만 하면 되
는 일반 이용자들이라고 해서 무슨 특별한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
인 인간이 안되어 있는 이들은 미성년 포르노물을 올리고 유대인 학살은 허
구이다라는 광고를 내기도 하겠지만 인터넷에서 그들을 강제 퇴거시킬 수 있
는 권력 따위는 없다. 부정적인 요소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들은 인터넷이
권력이라는 중심 없이 거미줄처럼 무한히 뻗어 가는 무정형의 아나키즘적 공
간, 완전한 언론과 출판과 경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으로 유지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이다. 인터넷은 그 대가들과 함께 그 대가들 속에서 지구 사
회의 현상태를 넘어서기 위한 모든 가능한 대안적 사유의 실험장, 저마다의
국경과 민족 안에 완고하게 자리잡은 시대 착오적인 특수성들을 타파할 수
있는 교두보로 자리잡을 수 있다.
문제는 오히려, 국내에서도 이미 시작된, 부정적인 요소들을 통제한다는 미
명하에 인터넷에 개입해 들어오려는 '외부' 권력의 움직임이다. 그대로 방치
될 경우 그 움직임은 확대 재생산 될 것이고 결국 인터넷은 기성의 규범들로
봉합된 또 하나의 숨막히는 공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인터넷
을 올바로 사용하는 데 무슨 우선 순위가 있다면 그것은 그 개입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것이다.
파란 리본을 달 것! 이것이 네티즌의 첫 번째 좌우명이다. 물론 실력 있는
네티즌들은 통제 만능주의자들의 메인 프레임에 논리 폭탄을 투하해 교훈을
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일이다. 더 나아가 그 '저지'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이용자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인터넷의 성장을 가능케 한 마인드, 즉 정
보 공유주의를 본받는 데 망설여서는 안 될 것 같다. 이는 정보의 생산과 독
점이 억압과 지배를 낳는 가장 강력한 기제가 되고 있는 오늘날 특히나 절박
한 요구이다. 많은 이들의 삶의 경로나 환경과 관련된 정보라면 그 정보는
그 정보의 생산자들이나 정책 입안자들이나 사기업들의 손에만 맡겨져 있어
서는 안된다.
인터넷의 마인드도 마인드이려니와 사실 공공적인 의미를 갖는 정보들의
소유권을 대규모로 사회화-국제화!-시키는데 인터넷만큼 편리한 도구는 없
다. 이미 인터넷 속으로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는 이윤 추구들과 사적 관심들
에 맞선다는 의미에서도 정보 공유주의적 지향은 진정한 네티즌이라면 마땅
히 걸어야 할 길이다. 그리고 그러한 실천을 가능케 하는 전제 조건이 바로
네티즌들간의 자유롭고 평등한 연합이다. 더 노력하고 더 능력 있는 네티즌
들이 노력할 줄 알거나 더 큰 능력을 갖는 것 자체가 노력이나 능력만으로는
얻어질 수 없는 일종의 생득적 및 환경적 기득권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나
보다 노력하지 않고 나보다 무능한 사람들이 나와 동일한 자격으로 '그 좋
은 곳'을 휘젓게 하고 다니게 하지는 않겠다며 '파워 유저'로서의 자부심을
만끽하고 싶어하는 한, 그러한 실천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소영웅들이나
천재들의 자기 과시나 일부 선각자들의 외로운 투쟁 이상의 형태를 취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진정한 네티즌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것에는 여러 구조적
인 장벽이 가로놓여 있다. 그 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인터넷에 들어갈 때마
다 드는 '미국애들 천지구나!' 하는 실망 반 안심 반의 느낌과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천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70퍼센트는 차지하고 어찌된 경우인지 흥미
로운 정보나 사이트는 죄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듯싶다(물론 가장 '사악
한' 내용의 정보들도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미국 국방부 네트워크의 확장
판으로 시작된 것이 인터넷인 데다가 최고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나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분명, 인터넷을 한다면서 자국인들끼리만 모이는 것도 볼썽사납고, 이런 상
황에서는 국내 사용자들의 대부분은 영어로 된 정보의 수동적인 이용자 역할
이상을 하기 어려운 한편 인터넷의 '능력'이 신장을 거듭할수록 일부 영어 능
통자들의 '지식 권력'은 증대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이 인터넷을 관리하려는
정치 권력의 움직임과 결합되거나 거기에 종속된다면 우리가 느끼지도 못 하
는 사이에 민주주의는 먼 거리를 후퇴하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사용자들이
문자 정보보다 문화 식민지화의 위험이 훨씬 큰 멀티미디어 정보에 더 관심
을 기울이게 될 것도 뻔한데, 이러한 경향은 케이블 모뎀을 통한 초고속 전
송이 가능한 시점이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렇게 인터넷의 미래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결코 장밋빛만은
아니다. 더 통제 받으면서도 그런 줄도 모르고 헤헤거리며 살아야 될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결국 인터넷은 우리의 선택을 기
다리고 있는 순수한 가능성의 공간이다. 인터넷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한 일본인에게 {우리 이웃 토토로}의 주제곡 미디 파일을 보내 달라고 메
일을 보냈던 때가 생각난다. 그 미디 파일은 채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서 상
냥한 답장과 함께 메일함에 도착해 있었다.그러나 그 인터넷은 또한 "내 귀
여운 조카를 어떻게 하면..." 따위의 최악의 구문들이 버젓이 올라오고 그에
대한 '성실한' 답변들이 줄줄이 올라오는 곳이기도 하다.
천국과 지옥을 극단적인 양 거주지로 하는 인간의 온갖 가능한 모습들이
춤추는 곳, 그 곳이 인터넷이다. 어쩌면 그리 오래 전도 아니지만 일일이 자
판을 두드려 가며 유닉스에서의 그 광고도 없고 정신을 쏙 빼 놓는 그림도
없었던 밋밋한 텍스트 화면으로 세계를 유랑하던 때를 아련하게 그리워하지
않게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자유롭고 평등한 네티즌들의
연합으로서의 인터넷이라니, 그 얼마나 야무진 꿈인가 말이다!
PRINTER/CAPTURE를 OFF 하시고 Enter를 누르십시오.
━━━━━━━━━━━━━━━━━━━━━━━━━Internet User Group━━━━
빠르고 안전하고 건전하고 편하고 즐겁고 쉬운 leesun2@soback.kornet.nm.kr
인터넷항해를『인터넷유저그룹』과 함께 하세요! LEESUN2@hitel.kol.co.kr
孝園의 城 수원에서...솔바우(松巖)... Pager: ☏ 015-109-6804
━━━━━━━━━━━━━━━━━━━━━━━━━go IUG━━━━━━━━
'지성과 패기' 라는 정기 간행물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선경에서 발행하는 무가(공짜) 잡지인것으로 압니다.
글쓴이: rham (무슨 영화 볼까?)
날 짜: Thu Jul 18 17:54:55 1996
제 목: 정보 공유, 그러면 자유?
지성과 패기'라는 정기간행물 보고 타자 친 글이에여.
쫌 길어도 읽어보세여.
정보를 공유하라, 그러면 자유로워질 것이다
-한 문화 평론가의 '네티즌 공동체' 꿈꾸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얼마나 그들의 일상
사를 장악해야 그 무엇인가가 유행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떻
게 지속되고 어떤 의미를 가져야 그 무엇인가가 문화로 정착할
수 있을까? 그것이 생산하는 의미들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것들
이 되기 위해 우리의 반성과 실천은 어떤 방향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일까?
영향력 있는 두 일간지를 선두로 해서 그 뒤를 일부 케이블 방송들과 잡지들
이 뒤따르고 정부까지 맞장구를 치면서 장기 지속될 기세를 보이는, 그러나
좀처럼 차분히 가라앉아 삶의 든든한 일부로 자리잡을 것 같지는 않은 인터
넷 붐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들이다. 사실 무엇인가가 유행하는 데에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일정 수의 구매력 있는 소비자들
이지 무조건적인 다수가 아니다. 유행이라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상품에 의
한, 상품을 위한, 상품의'라는 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이 상품을 상품
을 위해서 유통시킬 때 그리고 그 상품의 사용 가치적 측면보다는 이미지적
측면에 강조점이 두어질 때, 더 나아가 그 이미지의 성격이 주기적으로 갱신
될 때 유행이라는 것이 생겨난다.
유행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의 운명이다. 유행은 그 사회가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라기보다는 그
사회가 그 외의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의 집단적 연대에 대한 욕구나 의미 있
는 삶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다. 다만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따라서 새로운 욕망을 생산하고 판매해야
한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에 기능적으로 어울리기만 할뿐이다. 매체들은
호들갑으로 그 유행을 부추킨다. 최근의 인터넷 붐은 이런 의미에서 분명히
하나의 유행이다. '마인드'면에서나 물질적 기반 면에서나 거기에는 실질이
없다. 국민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컴맹들을 뒷전에 세워 놓은 채 학교
실습실의 구석기 PC를 1998년까지 5,000억 이상을 투자하여 신석기 PC-이미
단종된 486PC!-로 교체하겠다고 떵떵거리는 정부와 코 묻은 돈까지 긁어모
으겠다는 심보를 숨김없이 드러내면서 대한민국이 인터넷이 생활화된 나라라
는 인상을 세계 속에 심는 데 기여하는 일부 언론들이 있을 뿐이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인터넷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적실하게 통합하고 있
는 사람들이 아예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들의 대부분은 이렇게 '인터
넷' 이라는 낱말이 세계화라는 낱말과 함께 반쪽 한민족의 촉급한 화두로 등
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인터넷의 생활화를 실천하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그들
에게 인터넷은 학업이나 직업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상에 있었고 지금도 그렇
다. 물론 분명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알고 그것으로부터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얻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들어간 노력에 비해 나온 결과가 적다면, 그 결과가 해
당 개인에게 아무리 '흐뭇한' 느낌을 준다 해도 그 노력에 문화적 의미는 없
다. 기십만원짜리 월급쟁이가 담배, 술 다 끊고 1년에 서너번 클래식 음악회
에 간다고 해서 그가 고급 문화의 진정한 향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인' 입장에서라면, 1년마다 세대가 교체되는 고성능 PC를 터무니없는 가격에
사고, 제대로 지원도 안 되는 고속 모뎀을 달고, 문제가 많은 '윈도우95'를 이
를 갈아 가면서 거듭 깔고는 서비스 업체를 골라 각종 도구들을 통해 최종적
으로 인터넷 접속에 성공하여 환호성을 지르기 위해서는 오로지 피와 땀과
다량의 화폐 그리고 한민족 특유의 은근한 끈기만이 요구될 뿐이다.
폭증하는 전화료와 느린 전송 속도에 질려서 접속하고 싶은 만큼 접속하지
못하는 것이나 그 양자를 피해 새벽 서너 시를 기다리는 데에도 인터넷 문화
는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절실한 필요 없이 호기심과 나도 한 번이라는
욕심에 떠밀려 들어왔다가 다만 없는 게 없는 공간, 모든 금기가 해체된 듯
한 공간의 그 스펙터클에 넋을 잃은 채 일상의 자신으로부터의 탈출감만을
만끽하는 데에도 인터넷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크랙들(소프트웨어나 상용
프로그램에 변경을 가해서 공짜 등록판으로 만들어 주는 파일)과 포르노그라
피만을 찾아 돌아다니는 데에도 인터넷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개인들 간
의 생생한 소통이, 흐름이, 그것도 매 시간 업데이트 되는 유즈넷 뉴스보다는
화려하기는 하지만 정형화된 틀에 갖혀 있는 월드 와이드 웹에 중점이 가 있
은 것에도 인터넷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은 이 모든 것들은 또한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
들 가운데 일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들에는 어떤 정당한 이유들이 있을
수 있다. 어차피 초보자들은 고생하기 마련이고 이 나라는 아직 선진국이 아
니다. 지금보다 더 전화료가 인하되고 전송 속도가 높아져도 인터넷 중독자
들은 동일한 이유로 새벽 시간을 찾을 것이고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따로 마련해 두는 일이나 주체의 황홀한 분열을 즐겨 보는 것도 반
성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경험들이다. 크랙들이라면
그 자본주의 종주국에 알게 모르게 빼앗긴 것들을 다른 형태로 돌려 받는다
는 논리를 내세울 수도 있고 포르노그라피라면 이미 우리 사회 자체가 충분
히 포르노그라피를 닮았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월드 와이드 웹에 쏠리는 것
은 본바닥 나라(들)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아직 유행 단계를 벗어나지 못해서 초기적인 이용 형태들이 지배
적이라거나 물질적 기반 자체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것 자체가 무슨 큰 문
제일 리는 없다. 과장이 다분하고 선정적인 광고로도 도스도 정복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을 인터넷으로 몰아세우는 것도 사기업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만
한 일이다. 더구나 기왕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있는 공간이 되어 '버
린' 곳이 인터넷이라면 그 속에서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은 '인터넷적'이
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설립자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저마다의 생산적인 목적들이 서로간의
아무런 협의도 없이, 서로에 대한 아무런 의심도 없이, 서로의 능력과 노력을
대가 없이 주고받는 그런 방식으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춘 것이 인터넷이다.
별다른 추가적인 노력 없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 공간에 들어오기만 하면 되
는 일반 이용자들이라고 해서 무슨 특별한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
인 인간이 안되어 있는 이들은 미성년 포르노물을 올리고 유대인 학살은 허
구이다라는 광고를 내기도 하겠지만 인터넷에서 그들을 강제 퇴거시킬 수 있
는 권력 따위는 없다. 부정적인 요소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들은 인터넷이
권력이라는 중심 없이 거미줄처럼 무한히 뻗어 가는 무정형의 아나키즘적 공
간, 완전한 언론과 출판과 경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으로 유지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이다. 인터넷은 그 대가들과 함께 그 대가들 속에서 지구 사
회의 현상태를 넘어서기 위한 모든 가능한 대안적 사유의 실험장, 저마다의
국경과 민족 안에 완고하게 자리잡은 시대 착오적인 특수성들을 타파할 수
있는 교두보로 자리잡을 수 있다.
문제는 오히려, 국내에서도 이미 시작된, 부정적인 요소들을 통제한다는 미
명하에 인터넷에 개입해 들어오려는 '외부' 권력의 움직임이다. 그대로 방치
될 경우 그 움직임은 확대 재생산 될 것이고 결국 인터넷은 기성의 규범들로
봉합된 또 하나의 숨막히는 공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인터넷
을 올바로 사용하는 데 무슨 우선 순위가 있다면 그것은 그 개입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것이다.
파란 리본을 달 것! 이것이 네티즌의 첫 번째 좌우명이다. 물론 실력 있는
네티즌들은 통제 만능주의자들의 메인 프레임에 논리 폭탄을 투하해 교훈을
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을 일이다. 더 나아가 그 '저지'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이용자라면 보다 적극적으로 인터넷의 성장을 가능케 한 마인드, 즉 정
보 공유주의를 본받는 데 망설여서는 안 될 것 같다. 이는 정보의 생산과 독
점이 억압과 지배를 낳는 가장 강력한 기제가 되고 있는 오늘날 특히나 절박
한 요구이다. 많은 이들의 삶의 경로나 환경과 관련된 정보라면 그 정보는
그 정보의 생산자들이나 정책 입안자들이나 사기업들의 손에만 맡겨져 있어
서는 안된다.
인터넷의 마인드도 마인드이려니와 사실 공공적인 의미를 갖는 정보들의
소유권을 대규모로 사회화-국제화!-시키는데 인터넷만큼 편리한 도구는 없
다. 이미 인터넷 속으로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는 이윤 추구들과 사적 관심들
에 맞선다는 의미에서도 정보 공유주의적 지향은 진정한 네티즌이라면 마땅
히 걸어야 할 길이다. 그리고 그러한 실천을 가능케 하는 전제 조건이 바로
네티즌들간의 자유롭고 평등한 연합이다. 더 노력하고 더 능력 있는 네티즌
들이 노력할 줄 알거나 더 큰 능력을 갖는 것 자체가 노력이나 능력만으로는
얻어질 수 없는 일종의 생득적 및 환경적 기득권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나
보다 노력하지 않고 나보다 무능한 사람들이 나와 동일한 자격으로 '그 좋
은 곳'을 휘젓게 하고 다니게 하지는 않겠다며 '파워 유저'로서의 자부심을
만끽하고 싶어하는 한, 그러한 실천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소영웅들이나
천재들의 자기 과시나 일부 선각자들의 외로운 투쟁 이상의 형태를 취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진정한 네티즌 공동체를 건설한다는 것에는 여러 구조적
인 장벽이 가로놓여 있다. 그 중에 가장 심각한 것은 인터넷에 들어갈 때마
다 드는 '미국애들 천지구나!' 하는 실망 반 안심 반의 느낌과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천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70퍼센트는 차지하고 어찌된 경우인지 흥미
로운 정보나 사이트는 죄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듯싶다(물론 가장 '사악
한' 내용의 정보들도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미국 국방부 네트워크의 확장
판으로 시작된 것이 인터넷인 데다가 최고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나라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분명, 인터넷을 한다면서 자국인들끼리만 모이는 것도 볼썽사납고, 이런 상
황에서는 국내 사용자들의 대부분은 영어로 된 정보의 수동적인 이용자 역할
이상을 하기 어려운 한편 인터넷의 '능력'이 신장을 거듭할수록 일부 영어 능
통자들의 '지식 권력'은 증대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이 인터넷을 관리하려는
정치 권력의 움직임과 결합되거나 거기에 종속된다면 우리가 느끼지도 못 하
는 사이에 민주주의는 먼 거리를 후퇴하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사용자들이
문자 정보보다 문화 식민지화의 위험이 훨씬 큰 멀티미디어 정보에 더 관심
을 기울이게 될 것도 뻔한데, 이러한 경향은 케이블 모뎀을 통한 초고속 전
송이 가능한 시점이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렇게 인터넷의 미래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결코 장밋빛만은
아니다. 더 통제 받으면서도 그런 줄도 모르고 헤헤거리며 살아야 될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결국 인터넷은 우리의 선택을 기
다리고 있는 순수한 가능성의 공간이다. 인터넷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한 일본인에게 {우리 이웃 토토로}의 주제곡 미디 파일을 보내 달라고 메
일을 보냈던 때가 생각난다. 그 미디 파일은 채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서 상
냥한 답장과 함께 메일함에 도착해 있었다.그러나 그 인터넷은 또한 "내 귀
여운 조카를 어떻게 하면..." 따위의 최악의 구문들이 버젓이 올라오고 그에
대한 '성실한' 답변들이 줄줄이 올라오는 곳이기도 하다.
천국과 지옥을 극단적인 양 거주지로 하는 인간의 온갖 가능한 모습들이
춤추는 곳, 그 곳이 인터넷이다. 어쩌면 그리 오래 전도 아니지만 일일이 자
판을 두드려 가며 유닉스에서의 그 광고도 없고 정신을 쏙 빼 놓는 그림도
없었던 밋밋한 텍스트 화면으로 세계를 유랑하던 때를 아련하게 그리워하지
않게 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자유롭고 평등한 네티즌들의
연합으로서의 인터넷이라니, 그 얼마나 야무진 꿈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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