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 2. 15. 05:35
내발자국[동호회]
돈에 암걸린 환자
이 경
가난한 나는 이미 죽고 있다
가난한 삶은 모두 죽었다
그런데도
조간신문은 매일 가난한 삶을 죽이고 있다
어디에도 가난을 죽이는 신문은 없다
우리집 파출부가 가난하여
우리집 정원사가 가난하여
우리집이 가난하다는 90년대에는
샘숭 헌대 대유 알지 재벌 손자님은 모두 죽었다
가난이 이토록 큰 죄일 줄은 몰랐다
쌀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반찬이 없다
사글세 방에 허덕이는 것이 아니다
30평 전세방이다
부모님이 누우신 것이 아니다
부모님 월급 50만원이다
핏자는 먹어도
고구마는 맛없어 못 먹는다
그래
나는 가난한 죄인
나는 이미 죽어가고
가난한 삶은 모두 죽는다
나는 착하고 똑똑했다
단지
가난한 삶에 대한 이웃의 무관심은
나를 죽도록 했다고
조간신문은 진지하게 나에게 관심을 준다
매일 꼭같은 나에게 관심을 준다
내 자살 원인의 객관식
일.가난
이.무관심
조간신문의 명쾌한 해답 일.이.
조간신문은 매일 아침
이 나라 1천만을 죽으라 한다
이 서울 40%에게 죽어라 한다
너희는 가난하니까
모두 너희에게 무관심하니까
자살하라 충고한다
가난한 삶의 자살은
남겨지는 가난한 삶에게
대통령에서 동서기까지
구캐으언 하사금
학업보장 생업보장
심지어는 586멀티미디어까지
돌려지는 신용장같은 것
조간신문은 매일 아침
이 나라 2백만 셋방을 들여다 본다
이 서울 40% 단간방을 엿본다
누구 가난한 죽음은 없는지
돈에 암걸린 환자의 세상
사회적 구조모순의 암세포
그러나
잃어버린 내 가치관의 암덩어리
나는 돈에 암걸린 세상에서 살다
이미 죽는다
가난한 삶은 모두 죽었다
스스로의 객관식대로
어느 연예인의 수제비 공포증이
나의 가난한 주검앞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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